올해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 <라이온 킹>을 보고 왔다. 애니메이션을 본지 너무 오래돼서 한번 더 보고 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가 시작됐고 동시에 나는 빨려 들어갔다. 마치 네셔널 지오그래픽에 나오는 대자연이 눈앞에 펼쳐졌고, 실사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장면 하나하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사
감독은 존 파브로로 <아이언맨> 1~2의 감독, 기획, 출연, <어벤져스> 1~4편 기획, <정글북> 감독 및 제작을 맡아온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존 파브로 감독은 “'라이온 킹'은 엄청나게 사랑 받는 작품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 그 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만큼 새로운 버전을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절대로 망치면 안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기획과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실사판 <라이온 킹>은 원작에 절대적으로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기술로 실사와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새로운 매체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기에 더 이질감이 느껴졌다. 더빙과 동시에 동물들의 표정도 각양각색으로 바뀌면서 제스쳐 또한 풍부하길 바랬지만, 그러지 못했다. 물론 실사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애니메이션적인 요소는 삼가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의 감정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들이 말할 때마다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무표정으로 더빙의 목소리만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다큐멘터리에서 성우가 말하는 듯이 말이다.
또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 특히 스카와 품바가 그렇다. 상처가 나있고 털이 조금 덜 있는 것, 오른쪽 귀가 살짝 찢겨져 있는 것 말고는 특징이 없었으며 애니메이션 속 스카의 매력이 반감된 느낌이었다. 또한 스카와 심바의 결투 장면에서는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아 더욱 아쉬웠다. 스카에게 조금 더 특징을 살릴만한 무언가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품바도 애니메이션의 감초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인 느낌이 들었다. 너무 실사 같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품바 특유의 제스처와 풍부한 표정이 줄어듦과 동시에 특징도 함께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스케일
또한 애니메이션과 너무 닮아서 아쉬웠던 것은 스케일이다. 프라이드 랜드, 코끼리 무덤 등의 장소를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만들면서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동물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신에서도 똑같이 연출했다.
하지만 더 웅장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없었다. 동물들의 종, 개체 수를 더 늘리고 한번씩 소름 끼치는 그런 웅장함을 기대했었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알라딘>에서는 충분히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면 <라이온 킹>에서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알라딘>에서는 현시대를 반영하여 이야기의 흐름은 유지하지만 스토리의 세부 내용은 수정하였다. 이는 모든 것들이 똑같았던 <라이온 킹>이 더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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